발을 다치고 두 달. 오늘 얼핏보니 다친 발도 다친 발이지만, 두 달 동안 온 몸을 지탱한 오른 발이 이상하게 변했다. 하이힐을 오래신은 여성들의 발처럼 발가락 양쪽이 불룩하게 튀어나왔다.
왼발을 다쳤는데 오른발도 아프다.
문득... 많은 왼발들과 오른발들이 생각났다.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과, 소수의 부자들, 권력은 가지지 못한 힘없는 자들과, 권력을 가진 자들, 소외받고 천대받는 농민과, 한미 FTA를 기어이 추진하려는 MB, 동네 상인들과, 대형 할인마트, 크레인 위의 김진숙과, 뻔뻔한 조남호,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 고물가에 허덕이는 서민들과, 부자감세로 살찌는 가진자들,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사람들과, 복지포퓰리즘 망국론은 외치는 사람들,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으로 고뇌하는 청춘들과, 이를 외면하는 정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자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故리영희 선생이 말했던가 왼발이 아프니 오른발도 아프다.
시대의 오른발들이여, 그대들에게 지금 당장은 천국일지 모르나 언젠가 왼발의 아픔이 그대들을 피해가지 않을것이니, 그것이 몸의 이치요, 세상의 이치요, 이 사회의 이치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인구 5만도 되지 않는 시골에서 웹디자인업을 하는 것이 어찌보면 무모한 일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굶어죽지 마라고 군청에서 이런 사업도 하신다. 그래서 덥썩 물었다. 액수도 만만치 않은 것이라... 관공서와 진행하는 사업이라 사실 꺼려지는 것이 많았지만, 어찌하랴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을...
그래도 다른 것도 아니고, 나와 같이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든다는 나름의 의미도 부여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작업이었다. 웹표준... 접근성... 크로스브라우징... 딱히 군청에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생각하고 있던 웹에 대한 내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었다. 공부도 많이 했고, 자문도 많이 구했고, 시행착오도 많았고... 무엇보다 쌩노가다가 많았다.
대충하고자 마음 먹었으면 한 일주일만 하면 될일을 몇 달을 잡고 있었으니, 돈만 벌고자 마음 먹었으면 될 일은 아니었겠다 싶다.
...
중간제작설명회를 했다. 많은 분들이 오셨다. 관련부서 과장, 계장, 담당자, 군의원 등등. 대충 십여명이 모였다. 처음하는 설명회라 많은 말들이 오고갈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우리나라의 공무원사회, 아니 그 공무원 사회를 만드는 국가의 시스템에 대한 다시 한 번 회의가 드는 자리였다.
솔직히 발주된 용역을 수행하는 업자로서 ( 계약서상의 "을" )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님이 왕이다" 이 말은 중국집에만 붙어있는 말이 아니다. 웹디자인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철학, 제작자이며서 동시에 이용자인 한 사람의 귀농인으로서의 나의 요구 따위는 지나가는 개나 줘버릴 일이다.
그 중 압권은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한 요구였다. 물론 그것을 제안한 군청의 공무원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 그 분은 분명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을 가지고 이야기 한 것 뿐이니까... 지침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인터넷에서 게시판을 운영할 때는 ( 댓글을 포함하여 ) 반드시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 인터넷 실명제다. 참 그 발상부터가 안타깝고, 그 안타까운 지침을 융통성하나 발휘하지 못하고 수행해야하는 공무원도 안타깝다. 고객의 요구이니 일단 접수.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귀농을 하고 싶다. 어디 좋은 정보가 없을까? 어라 의성군에 이렇게 좋은 홈페이지가 있었구나. 오호라. 귀농 Q&A라. 오 좋다. 무슨 작물이 잘되는지 물어봐야지. 글쓰기를 눌렀다.
그나마 익스플로러말고는 되지도 않는다. 웹표준? 접근성? 크로스브라우징? 몇달의 고민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덕분에 자유가 생겼다. 플래시를 좋아하지않는 플래셔로서 자유롭게 플래시를 쓸 수 있는 자유!!! 익스플로러에서만 예쁘게 보이면 되는 이 디자인의 자유로움이란...
이 자유끝에 오는 허전함은 무엇일까? 이 복잡한 절차앞에 돌아서 나가는 수많은 귀농 예정자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댓글 몇 줄 쓰기 위해 복잡한 인증을 몇 단계나 거쳐야하는 이 수고로움 앞에 수없이 눌러질 F4에 대한 미안함...
만들어주고 돈만 받으면 끝이고, DB나 백업해주고, 디자인이나 대충 수정해주면 되는 업자로 남을 것인가? 그럴 수밖에 없지. 그럴 수 밖에 없어. "손님은 왕이니까"
옥션이 털리고, 네이트가 털리고 우리의 소중한 개인 정보들이 누군가의 손으로 들어가고 있다. 아이핀이라 불리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로 주민등록 정보 유출을 막겠다는 얄팍한 발상이 더 큰 정보의 유출을 부를태세다. 애초에 인터넷 실명제라는 말도안되는 법을 만들지만 않았어도, 그냥 널리 열어만 놓았어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구글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굳이 주민등록번호를 넣지 않아도 되는 가입의 자유를 보면서 오픈웹을 더 갈구하게 된다.
실명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아마 관공서의 일을 앞으로는 안하게 될 것 같다.
아직 배가 덜 고프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찝찝하게 일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만원짜리 플래시를 하나 만들어도 마음이 편한 일이 좋겠다.
의성군 귀농홈페이지... 안녕~
어제 밤 드디어 PD수첩 ‘수심 6m의 진실’ 편이 방송되었습니다. 원래 19일 방송 예정이었으나 ( 정부의 압력으로 추정되는 )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의 방송불가 판정으로 논란이 되었던 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방송의 핵심 내용은 4대강사업이 정부에서 내세운 애초의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막개발로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 앞으로 도래할 물부족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얼마나 허구에 가득찬 사업인지 방송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인물들이 상식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누가 봐도 홍수와 가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4대강 지류에 대한 사업을 뒤로 하고 ( 방송에 따르면 지류사업에 대한 어떤 데이터나 계획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 이미 잘 정비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4대강 본류에 대한 대규모 준설과 보 설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 전혀 상식적이지 않았습니다.
경남 한 저수지 (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홍보동영상에 소개된 상습가뭄지역 ) 인근 농민의 “ 저 저수지나 준설 좀 해 주시지 ” 라는 참으로 단순하고 명쾌한 한마디가 4대강살리기 사업이 얼마나 우리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아니, 우리 국민의 삶을 얼마나 더 힘들게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방송에서 정부관계자는 4대강 사업으로 10억톤의 물을 확보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10억톤의 물이 어디에 사용되는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요즘은 초등학교 1학년만 되어도 자기 용돈을 어떻게 무슨 용도로 사용할지 계획을 세우는데, 정부가 22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멀쩡한 강의 생살을 파헤치면서 계획이 없다니...
계획이 하나 있긴 있더군요. 보에 저장된 물을 펌프로 지류로 다시 돌려보낼 수 있다고, 그래서 가뭄을 막을 수 있다고. 절로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높으신 양반이 “ 저 저수지나 준설 좀 해 주시 ”라는 시골 농부의 단순한 생각조차 따라가지 못하는지, 저런 높으신 분들게 꼬박꼬박 세금 갖다 바치는 내 자신이 순간 부끄러워지더군요.
의성군 1년 예산이 4천억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4대강사업으로 지자체 예산이 20%가량 또 축소되었다고 합니다. 각종 보조금이 눈에 띄게 줄었고 심지어는 경로당에 지원되던 난방비도 삭감한다고 합니다. 장애인 복지기금도 줄어들고 서민들이 작으나마 보탬이 되던 예산들이 줄줄이 삭감, 축소된다고 합니다. 바로 그 목적도 불분명한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말입니다.
22조라는 사실 저 같은 서민들은 그 규모가 상상이 잘 되지 않는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무상급식, 무상급식 말 많았죠? 22조면 전국 초중고등학생들 10년은 무상으로 급식을 할 수 있는 돈이라고 하네요. 전국 대학생 50%에게 4년전액 장학금을 줄 수 있는 돈이라 하구요, 저소득층에게 70만채의 보금자리를 지어줄 수 있는 돈이기도 하고, 3~5세 아동들에게 4년간 무상으로 영유아 교육을 할 수 있는 돈이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200만 장애우들에게 최고급 전동 휠체어를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은 고작(?) 2조에 불과하답니다.
자, 무엇을 해야 할까요? 경제, 환경, 문화 어느 분야에서도 도무지 득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아니 4대강 죽이기 사업을 이대로 강행해도 좋을까요? 아니면 지류와 소하천, 소규모 저수지 정비 사업을 통해서 윗물을 맑게하는 사업을 하고, 남는 돈으로 교육, 복지, 문화, 농업 등 필요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을까요?
“ 저 저수지나 준설 좀 해 주시지 ” 라는 시골 농부의 상식적인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 그리고 의성군의 군수, 군의회 관계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